문창로(국사 76) – 국민대학교 한국역사학과 교수(前 교학부총장)
그동안 제가 해온 일과 역할에 비해서 과분한 상을 받게 되니, 감사한 마음과 부끄러운 마음이 교차합니다. 과문한 탓인지 모르지만 ‘동문교수’에게 처음으로 주신 이 상은 저를 비롯하여 모교에 재직 중인 100명 가량의 동문교수들에게 격려의 뜻과 함께, 앞으로도 모교와 동문회의 발전을 위해 연구와 교육에 더욱 분발하라는 뜻이 담긴 것으로 생각하고 마음에 잘 새기겠습니다.
지난 1976년 제가 국사학과에 입학한 해는 개교 30주년이었습니다. 모교는 올해로 개교 76주년입니다. 그간 40년 넘게 역사를 공부하면서 우리 대학의 역사성을 되새겨봅니다. 우리 대학은 일제강점기에 풍찬노숙하며 조국 광복을 위해 온몸을 던지신 임시정부 요인들이 세운 광복 후 최초의 민족사학으로, 끊일 듯 이어지는 질곡의 한국 현대사 여정과 고스란히 함께했습니다. 격동과 변화의 거센 물결에도 ‘새로운 나라를 짊어지고 나갈 인재양성’을 목표로 삼았던 해공 선생의 창학이념, 그리고 ‘국가유위(國家有爲)의 지성들을 자유로운 사학의 분위기 안에서 양성’하고자 했던 성곡 선생의 육영정신을 발전적으로 계승하면서 안으로 깊어지고 밖으로 넓어졌습니다.
이처럼 우리 대학은 혹독한 겨울을 이겨내고 활짝 핀 봄꽃과 같은 자랑스러운 역사성을 가졌습니다. 중국 고사에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고 했습니다. 씨앗도 중요하나 그보다는 토양과 환경이 더욱 중요함을 일깨웁니다. 모교 국사학과 은사님들의 좋은 가르침과 배려, 그리고 삶의 고비마다 힘이 되어준 동문 선후배님들께 이 자리를 빌려 감사드립니다.
흔히 물고기를 잡아서 식탁에 올려주는 어른보다는 물고기 잡는 방법을 습득하게 하는 어른이 지혜롭다고 합니다. 거기에 더해 다음에 오는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물고기를 적당히 잡는 마음씨를 가지도록 하는 어른이 더 지혜롭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마음으로 미력하나마 앞으로도 자식 같은 후배들을 잘 보살피겠습니다. 그리하여 장차 후배들이 졸업 후에 문자 그대로 엄마의 품과 같은 학교 곧 긍지와 자부심을 갖는 ‘모교’로 영원히 남는데, 남은 재직 기간 일조하도록 하겠습니다. 마치 땅의 힘을 믿고 씨뿌리는 농부의 심정으로 잊지 않고 노력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큰 상 주신 동문회 여러분께 감사드리며, 건강과 가정의 평화가 늘 함께하시길 기원합니다.